1 장
그때 나는 옆집 현관문 뒤에 숨어 있었다.
문틈 사이로 엄마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네, 우리 딸이 빨간 코트를 입고 다녀요.”
“어제도 늦게 들어왔고요.”
경찰의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엄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가슴이 조여 왔다.
손끝이 차갑게 식어 갔다.
설마설마 했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가 나를 이렇게까지 궁지에 내몰 줄은 몰랐다.
살인 혐의였다.
장난도 아니고.
학교폭력도 아니고.
사람이 죽었다.
만약 범인으로 몰리면 내 인생은 끝이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 남는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무렇지 않아 하셨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엄마에게 나는 딸이 아니었다.
새아빠가 데리고 온 강모연만이 진짜 딸이었다.
나는 늘 남이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모연 언니가 종이에 손을 베었다는 이유에 엄마는 반차까지 쓰고 학교로 달려갔다.
반면.
내가 복통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연락에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라서.”
“지금 못 가요.”
그게 끝이었다.
결국 나는 혼자 병원에 갔다.
그렇게 혼자 수액을 맞고 겨우 몸을 추슬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 분위기가 이상했다.
주방에서는 엄마가 정신없이 요리를 하고 있었고.
거실에서는 새아빠와 언니가 풍선을 달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풍선들.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글자.
〈예나야 생일 축하해〉
그걸 보고서야 떠올랐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열일곱 번째 생일.
“예나 왔어?”
모연 언니가 먼저 달려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볼까지 쓰다듬어 주며 웃었다.
엄마도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손 씻고 와.”
“밥 먹자.”
순간 이상했다.
나한테 이렇게 대해준 적이 있었던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더 믿고 싶었다.
나도 가족일 수 있다고.
나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아주 끔찍한 착각.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
